하이퍼커넥트에서 AI 팀을 맡으면서 지난 몇년간 수십편의 내부 뉴스레터를 작성했습니다. 이러한 뉴스레터는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팀원 모두에게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이기도 하였고 현재 저의 관심이 집중된 것들이 어떤 것인지 팀 모두에게 알릴 수 있는 정렬(alignment)을 위한 장치이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 때때로 이러한 내용을 모두와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하이퍼커넥트의 일곱 가지 핵심가치 중 하나인 Proactive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능동성은 어떤 상황에서나 중요한 가치이지만 특히 발전이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AI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위해 저희 팀이 중시하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스타트업과 같은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는 직원에게 모든 것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개인이 적절하게 상황 판단을 하고 업무를 수행하길 기대합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빠르게 움직이면서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능동성입니다. 하이퍼커넥트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proactive가 이러한 행동양식을 설명합니다.
저는 저희 팀 사람들에게 proactive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극한의 오너십(extreme ownership)과 높은 주체성(high agency)을 자주 언급합니다. 본질적으로 상황에 대해 능동적이기 위해서는 일종의 주인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흘러가는대로 두고 수동적인 자세로 대응하기 십상입니다. 주인의식이란, 이 문제가 정말 '나의 문제'라면, '나밖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이 게임에 사람이 조종하는 캐릭터(PC, player character)가 '나 하나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문제의 오너라면 진짜로 풀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려고 할 것입니다. 아무리 내가 일을 빠르고 완벽하게 처리하더라도 원래 풀고자 했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말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문맥, 배경이나 구조 등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주어진 일만 잘 처리하면 내 할 일은 다 했다는 생각은 전혀 오너십이 없는 생각입니다. 오너십을 갖고 업무를 살펴봐야 숨겨진 문제를 표면으로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세부적인 내용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분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이러한 현장의 구체적인 상황을 리더에게 전달할 의무도 있습니다. 나의 리더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 또한 나의 책임입니다.
극한의 오너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자주 듣는 반박 중 하나가 내가 회사의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극한의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가입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시각이 생산적인 시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차적으로 나를 제외한 요소에 책임을 묻는 것은 보통의 경우 큰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중력을 탓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의 행동뿐이며 결국 나의 행동을 바꿔서 성공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내가 주인이 되어야만 오너십이 발휘된다면 다른 모든 것에 있어서도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지극히 한정적일 것입니다. 즉 나는 거의 항상 오너십이 없는 사람인 셈이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저는 "마인드셋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모든 종류의 마인드셋처럼 오너십이라는 것이 필요할 때 갑자기 생겼다가 필요 없으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인드셋은 나의 행동 원칙으로 늘 몸에 배어 있어야만 필요할 때에 실행할 수 있습니다. 내가 습관처럼 극한의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만 정말 필요한 때에도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업무 상황에서 능동성을 발휘하는 모습의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직 전체를 활용합니다. 주변 동료들을 활용하고 상사를 활용합니다. 가령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가 있으면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문제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 우리의 목적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기꺼이 이를 요청하고 받아야 합니다. 거꾸로 주변 동료와 상사가 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포지셔닝 해주기도 해야 합니다. 가령 나의 보스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주위에서 나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요청할 때에 거기에 단순히 어떻게 할까요를 매니저에게 묻기 보다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진행하려 합니다'라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업무를 더 효과적으로 진척시키는 방법입니다. 내가 핸즈온에 더 가까운 사람으로서 전장의 디테일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더 잘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나의 매니저는 정렬을 더 명확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고 이전에 겪어본 문제라면 관련 정보를 줄 수는 있겠으나 결국 내가 이에 대한 오너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해당 문제에 대한 오너십을 내가 갖고 있다면, 이를 대신 풀어줄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보면 결국 여러 사항을 고려한 의사결정의 초안을 내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료들이 수행한 업무에 대해서도 '알아서 잘 했겠지'라고 넘기기보다 '내가 보기에는 좀 이상한데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해당 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저 사람이 전문가이니까 어련히 알아서 잘 했겠지는 극한의 오너십이 추구하는 방향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도메인이 달라지면 너무도 쉽게 동료의 이상한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쉽습니다. 특히 AI 도메인의 경우 매일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테크닉 등으로 인해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논의를 나누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반드시 문제를 제기하거나 명확히 확인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인생이라는 게임에 PC가 나밖에 없고 주변 사람들이 전부 NPC라면 어떨지의 가상의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기본적으로 NPC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변 동료들을 탓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입니다. 다만 동료들을 정말 PC로서 대한다면 제대로 된 책임감(accountability)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 의미를 곱씹어보세요. 팀이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감을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된다는 말에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안 되던 것이 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AI 조직은 필연적으로 데이터 및 모델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개인정보 및 법적 제약을 준수하는 것을 고민해야만 합니다. 이런 경우 단순히 '가능한가요?'라고만 법무팀에 문의하면 매우 위험 회피적인 답변을 듣기 쉽습니다. 능동적이지 못한 경우 매우 쉽게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만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보다 능동적인 방법은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법률 담당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가 어디인지 파악하여 '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입니다. 법률 담당자가 기술을 나만큼 깊게 이해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나의 기술적 이해도를 토대로 제약조건을 만족하는 방법을 찾으면 방법이 존재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극한의 오너십과 높은 주체성으로 대표되는 능동성에 대한 강조는 단지 듣기 좋은 말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되려 이는 저희 AI 조직이 임팩트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내재적인 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마인드셋이 어떤 영역에서든 개인이 높은 성취를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Proactive는 하이퍼커넥트의 일곱 가지 핵심가치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다양한 가치에 대한 저의 해석도 앞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